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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기록

어느 푸드코트에서

장을 보러갔다가 출출해서 들린 푸드코트에서 일이었다.

혼자 우동을 시켜서 먹고 있는 내 옆 테이블로 이제 막 40줄에 들어선걸로 보이는 남자와 3명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온 남자는 가장 맏이로 보이는 딸아이가 테이블 주변에서 어수선 대고 있자 주변에도 들릴만한 큰소리로 혼을 냈다. 밥먹을때 그러는거 아니라면서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아이는 기가 죽은 표정으로 조심스레 말했다. 아직 음식이 다 나오지 않았다고. 그러자 그 남자는 더 큰 소리로 나무랐다. 안나오긴 뭘 안나왔냐고 니가 뭘 아냐는듯한 태도였다. 

남자는 알고 있을까 그런 자신의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딸을 나무라는 자신의 무신경한 모습에서 아이의 자존감이 닳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작은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종국엔 딸 아이의 인생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어느 티비 방송인지 아니면 잡지인지 (아마도 이두희씨였던걸로 기억한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자신을 혼낼때는 절대 집에서 혼내지 않고 가까운 커피숍에 가서 조용한 어조로 타일렀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집은 어디까지나 혼나는 공간이 아니라 화목한 공간이며 어머니 자신이 화가 났더라도 공공장소에 가는 도중에 화를 식히고 가서 차분히 잘못된 점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셨다는것이다. 참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어른에게 영향을 받는다. 하물며 하루내내 붙어있는 부모자식간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부모의 도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조용히 그리고 차근차근 말해줄수있을 것이다. (그러한 말도 통하지 않을 정도의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디 그 남자가 자신의 모습을 한번쯤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기를. 그리고 그 딸이 그러한 모습에서 상처받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자라날수있기를 바란다.